1. 친퀘테레 (Cinque Terre) 여행
여행 첫날 새벽 4시 메뉴판 공부에 충격적인 음식값을 딛고 일어난 우리는 아침 일찍 친퀘테레(Cinque Terre)를 가기 위해 기차를 탔다.
국내 항공사 여행 설문조사에서 죽기 전에 꼭 가고 싶은 여행지 1위였던 곳으로 지중해가 보고 싶다고 얘기한 남편을 위해 내가 야심 차게 준비한 곳이다.
밀라노 기차역을 출발해 3시간을 달렸다.
몬테로소 알 마레(Monterosso al Mare)에 도착한 뒤 친퀘테레 다섯마을을 오갈 수 있는 기차표를 샀다.
마을 기차표는 우리가 생각하는 기차역 데스크가 아닌 기차역 안에 기념품 파는 가게 안에서 구매해야 한다.
또한, 마을 기차권 1일권은 24시간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고, 그 날의 밤 11시 59분까지만 사용할 수 있으므로 우리처럼 2일을 묵을 거라면 2일권을 사는 것이 유리하다.
물론 우리는 1일권을 구매했다. 우리는 늘 비싼 돈을 주고 값진 경험을 산다.
우리의 숙소는 다섯 마을 중 리오마조레(Riomaggiore) 이다.
2. 리오마조레(Riomaggiore)
친퀘테레에서도 우리는 에어비엔비 숙소를 이용했는데 가격은 밀라노의 2배가 넘는 숙박비였지만 그만큼 넓고, 쾌적하고, 무엇보다 지중해가 한눈에 펼쳐지는 엄청난 마당을 가지고 있는 집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실시간 메신저를 해주는 친절한 집주인이 계셨는데, 예약을 하자마자 메신저로 동시에 유명한 맛집도 소개해주고, 그중 두 곳을 예약까지 해주셨다.
심지어는 기차역까지 마중 나와 주시고, 숙소까지 데리고 가서 짐을 놓게 하고, 점심식사를 예약해 주신 식당으로 직접 안내까지 해주셨다.
점심식사는 테라스에서 식사하면 좋다면서 이렇게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우리를 초대해 주셨다.
나중에는 너무 뜨거워서 자리를 옮겼지만 말이다.
이렇게 말하면 우리 집주인이 이 레스토랑과 연관이 있는 것 같지만 그저 우리를 친절히 대해준 것뿐이었다.
이 레스토랑 역시 미슐랭 빕 구르망에 선정된 레스토랑으로 캐주얼한 분위기에 음식 수준도 나쁘지 않았다.
여행자들은 친퀘테레에 오면 꼭 트레킹을 한다고 하던데...
게다가 마나롤라(Manarola)와 리오마조레(Riomaggiore) 구간에는 "사랑의 길"이라는 유명한 산책로도 있다던데...
아무리 그래도 우리는 낮술이 최고다.
술 앞에서는 어느 때보다 단결되는 부부
3. 에피소드(episode)의 서막
그런데 이탈리아 화장실과 호텔 열쇠는 고풍스러운 옛날 열쇠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그 열쇠 사용법을 몰라서
화장실에 갇혔다. 핸드폰도 안 갖고 왔는데.... 아무리 해보려고 해도 열쇠만 빠지고, 문은 잠겨있다.
미친 듯이 문을 두드리니 여차저차 직원 네 명이 와서 화장실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나 화장실에 갇혔었어요!"
"괜찮아요, 자기는 일본에서 타이어 펑크 나도 웃고 다 추억이라 했던 사람이에요"
이 순간 아무것도 관심 없고 그저 행복한 건 남편뿐
와이프가 화장실에 갇혔어도 아름다운 풍경과 맥주와 와인에 3시간을 먹고 마시다가 숙소에 도착했다.
낮술의 완성은 낮잠이라 잠을 자려고 하는데 남편이 말했다.
"내 가방은 어디 갔지?😶"
"내 백팩은 어디 있지?😮💨"
"내 가방....😬"
.
.
.
아무리 찾아도 없는 남편의 배낭 가방...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이 안 나서 결국 핸드폰 사진첩을 보다가 단서를 발견했다.
리오마조레 기차역에서부터는 남편이 가방을 메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친퀘테레 마을 기차 안에 두고 내린 것이다.
그런데 우리 두 사람 모두 까맣게 모르고 낮술을 그렇게 마시다니...
결국 혼자서 가방 찾으러 떠난 남편은 다섯 마을역을 모두 다 찾아다녔고, 결국은 밤이 돼서야 지칠 대로 지쳐 돌아왔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가방 안에 든 물건은 귀중품은 아니었고,
남편에겐 너무 소중한 책 다섯 권과 내일 밀라노 숙소에서 사용한 열쇠가 있었다. 그리고 하룻밤이 지났다.
"자기야, 잘 잤어요?"
"아니요... 꿈에서도 가방 찾아다녔어요 😥"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