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베네치아의 추억
내게는 베네치아에 가보지 않고도 떠오르는 추억이 있었다.
아마도 8년 전쯤 우리가 서울 살 때의 일이다.
친구와 친구의 아들이 이탈리아 베네치아로 여행을 갔는데 미처 호텔을 예약하지 못했다면서 베네치아에 적당한 호텔을 예약해 달라고 부탁해왔다.
오지라퍼인 나는 신나서 호텔을 검색했다.
그때 나는 베네치아가 이탈리아라는 것 외에 아는 게 없었다.
신나게 검색하면서도 여기는 왜 이렇게 비싼거지? 궁금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평소 검소한 친구의 정신을 받들어야 했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여 저렴하면서도 후기가 좋은 가성비가 좋은 곳으로 골라 주었다.
"베니스는 전부 다 너무 비싸더라고.. 그래도 그중에 저렴하고 가성비 좋다는 곳으로 끊었어, 휴우~ 🥰"
내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한다.
"이모가 좋은 호텔을 구해줬대, 기대해! 수영장이 있을지도 몰라!"
정말 정말 고맙다던 친구가 다시 연락온 건 새벽시간이었다.
"여기 너무 어둡고 추워...아들은 천식 걸린 애처럼 미친 듯이 기침하고 있어..
변기도 다 깨졌어.. 있는 옷 다 껴입었는데도 너무 너무 추워...
오늘 호텔 이메일이 왔는데 수상버스가 폐업했다면서 길을 찾는 법을 메일로 보내줬어
돌계단에 캐리어를 끌고.. 사람 한 명 이상 지나가기 힘든 좁은 골목을 돌고 돌아서 숙소는 겨우 찾았는데..
주인이 없어 편지만 있고..
호텔 문도 잠겨 있었는데 안에서 나오는 사람 문 잡고 겨우 들어갔는데 1층이 아닌 거야..."
나는 그렇게 친구에게 춥고 어둡고 축축한 베니스를 선물했고,
그 후로 우리는 여행 이야기만 나오면 내가 베니스를 가지도 않고서 이탈리아 간 친구를 맥인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역설적이게도 친구의 이탈리아의 가장 강렬한 추억이 되었다고.
2. 베네치아 (Venice Venezia)
베니스는 사진으로 보는 것처럼 신도시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구도심 (본섬) 그리고 200여 개의 섬으로 만들어져 있다.
신도시에는 베네치아 마르코 폴로 국제공항과 메스트레 기차역이 있고, 구도심에는 산타루치아 기차역이 있다.
베네치아 거주인 대부분은 바다 위의 구도심이 아니라 육지 쪽의 신도시에 살고 있다.
(1) 베네치아 역사
본래 '베네치아'라는 이름은 이탈리아 동북부에 거주하던 베네티족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5세기 고트족과 훈족을 피해 고대 출신 난민들이 이 석호의 섬들로 도망쳐왔다.
고트족과 훈족들이 이탈리아에 정착하게 되어 버리면서 이 섬에서 살아가기 위해 도시를 건설해야 했다.
이곳은 습지대였기 때문에 건물을 지을 수가 없었던 베네치아인은 갯벌 성질의 바다에 물에서 안 썩는 오리나무 기둥을 수직으로 빼곡히 박아서 섬을 만들었다.
베네치아는 순수 인조섬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민주주의, 자본주의, 회계학 등의 기초가 베니스 공화국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
베니스의 주인은 왕도, 귀족도 아닌 베니스의 상인들이었다는 사실이다.
그저 살기 위해 했다는 이 많은 일들이 경이로울 뿐이다.
세상은 참 놀랍고도 넓다.
(2) 베네치아 찾아가는 방법
베네치아에는 1개의 공항과 기차역이 2개가 있다.
- 신도시에 있는 베네치아 마르코 폴로 국제공항
- 구도시에 있는 산타루치아 기차역
- 신도시에 있는 메스트레 기차역
특히 산타루치아 기차역은 본섬 안까지 바로 들어오기 때문에 시간을 절약해야 하는 여행자는 산타루치아 기차역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우리도 1박이었기 때문에 우리 역시 본섬 안에 있는 숙소를 구했고, 밀라노에서 베네치아 산타루치아 역까지 왔다. 이딸로 기차를 이용했고, 시간은 2시간 30분 소요되었다.
(3) 베네치아 숙소
베네치는 신도시와 구도시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저렴한 숙소를 구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신도시에 있는 메스트레 기차역 부근이나 신도시 거주지 부근에 숙소를 구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본섬으로 여행 오는 경우가 많다.
내 친구가 이야기했던 돌계단과 비싼 숙소, 좁은 골목, 수상버스 파업 등은 모두 다 본섬에서 일어나는 일인 것이다.
우리 역시 시간을 아끼기 위해 본섬에서 숙소를 잡았지만 친구와 같은 일을 겪고 싶지 않아서 숙소 구하는데 정성을 들였다.
베네치아에 대해 공부를 할수록 내가 친구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
큰 짐가방을 돌계단을 끌고 가지 않기 위해서 기차역 유료짐 보관소에 맡기려고 계획했으나 짐보관소에 많은 사람들이 줄도 서 있었다.무엇보다 보관해주는 건지 쌓아두는 건지 모를 정도로 많은 가방을 보고 오히려 걱정이 되었다. 숙소는 기차역에서 도보 10분으로 예약했기 때문에 그 정도는 걸을 수 있을 것 같아 큰 캐리어를 끌고 숙소를 갔는데 물론 힘은 들었지만 15분 정도면 충분히 걸을만했다. 기차역에서 가깝고, 가성비가 좋다던 한인민박을 이용하고 싶었으나 연박만 예약이 가능해서 에어비앤비를 이용했다.
(3) 우리의 베네치아
그렇게 기대하지도 않고 도착한 베니스였는데 기차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할 말을 잃었다.
쉽게 흥분하지 않고, 의견을 내지 않는 남편도 하루 더 있다고 싶다고 했다.
다음날 피렌체를 가지 말까 몇 시간을 고민하다가 새벽 6시부터 길을 나섰다.
(4) 수상버스
수상버스는 생소하고 어려워 보였다. 버스역에 승강장도 여러 개가 있어서 보기만 해도 아찔했다.
그래서 전날부터 걷기만 했는데 새벽 6시에 나오니 사람들도 없고 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전날 베네치아 야간 투어를 하느라 끊어둔 수상버스 티켓 1일권이 아깝기도 했고..
그리고 우리에게는 무적의 구글 지도가 있으니까.
구글 지도를 이용해서 내 위치와 목적지를 지정하면 수상버스 승강장과 도착시간 모두 다 정확하게 표기된다.
수상버스 티켓 1일권은 24시간 사용이 가능하므로 구매 시간부터 24시간 무제한으로 탈 수가 있다.
그리고 수상버스는 24시간 운영하기 때문에 신나게 타고 다녔다.
레알토 거리에서 본 일출과 아침에 마신 커피, 광장을 잊지 못할 것이다.
크로아티아 이후에 다시 오고 싶은 곳이 생긴 순간이었다.
베네치아, 꼭 다시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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